육회
최근 수정일
2026-07-20 23:50
육회(肉膾)는 신선한 소의 살코기를 가늘게 채 썰어 양념에 버무려 날로 먹는 한국 요리다. 동아시아에서 소 생식이 하나의 요리 장르로 살아남은 나라는 사실상 한국뿐이다. 중국과 일본에는 대응하는 전통이 없다.
몽골 영향설: 불교 국가 고려에서 쇠퇴했던 육식이 원 간섭기(고려 말)에 부활했고, 기마민족의 생육 식습에서 육회가 비롯했다는 통설. 한국민족문화대백과가 이 설을 따른다.
성리학적 수용: 조선은 공자가 회를 즐겼다는 논어 기록(膾不厭細)을 근거로 생식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는 해석. 유교 사회가 오히려 생고기 문화의 방패가 된 셈이다.
지봉유설(1614): 이수광이 "중국인들이 생고기를 먹는 조선인을 보고 놀랐다"고 적었다. 조선 중기에 이미 생육 식문화가 정착했다는 방증.
시의전서(1800년대 말): 회 항목에 육회 조리법 수록. 기름기 없는 연한 살코기를 저며 물에 담가 핏기를 빼고 가늘게 채 썬 뒤, 다진 파와 마늘에 후춧가루, 깨소금, 기름, 꿀을 섞어 버무리고 잣가루를 얹는다. 초고추장을 곁들인다.
진찬의궤: 궁중 연회 기록에 소의 내장 등을 쓰는 갑회(甲膾)가 등장한다.
부위: 우둔과 홍두깨. 지방이 적고 결이 고운 뒷다리 살코기를 쓴다.
양념: 참기름, 간장 또는 소금, 설탕이나 꿀, 다진 마늘이 기본 축. 채 썬 배와 계란 노른자, 잣가루를 더한다. 배와 노른자는 시의전서 원형에는 없는 근현대의 정착 관행이다.
육사시미: 양념 없이 얇게 슬라이스해 기름장에 찍는다.
뭉티기: 대구 향토 음식. 당일 도축한 우둔살을 뭉텅뭉텅 두툼하게 썰어 참기름, 마늘, 고춧가루 기름장에 먹는다. 도축 당일만 낸다는 점이 육사시미와의 경계다.
스테이크 타르타르: 서양의 생소고기 요리. 고기를 다지고 케이퍼, 양파, 머스터드 등 산미 자극으로 간다. 육회는 채 썰고 참기름과 배의 고소한 단맛으로 가는 점이 다르다. 날계란 노른자를 올리는 문법은 공유한다.
광장시장[문서] 먹거리장터 안쪽 골목에 육회 전문점 여러 곳이 밀집해 육회골목을 이룬다. 1974년 창업을 내세우는 육회자매집이 원조 격이고, 부촌육회[식당] 는 2017년판부터 미쉐린 빕 구르망에 올랐다. 진주육회는 4호점까지 늘린 다점포다. 한우[문서] 살코기를 그날그날 썰어 내는 것이 골목의 공통 문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