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주간을 맞아 오랜만에 안성재 셰프의 모수에서 런치를 즐겼다. 날씨까지 완벽했던 날. 아직 다른 손님들이 들어오기 전, 1층부터 2층, 룸까지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다.
새로운 아트 피스들이 걸려 있었고, 따뜻한 햇살이 스며드는 모수의 공간은 그 자체로 무척 아름다웠다. 그 순간의 분위기를 놓치고 싶지 않아 영상으로도 담아두었다. 평소에는 주방과 가까운 1층에서의 식사를 선호하는 편인데, 이날은 2층의 공간감과 빛이 너무 좋아 다음에는 2층에서 식사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수 런치의 매력은 디너와는 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같은 모수의 요리 철학을 공유하면서도 점심에만 만날 수 있는 구성과 솥밥까지, 런치만의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이날의 와인은 Domaine des Tours Vaucluse Les Tours Réserve 2021. 가볍게 곁들이기에는 나쁘지 않았지만, 전체적인 인상이나 요리와의 조화 면에서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다시 선택한다면 다른 와인을 골랐을 것 같다. 그래도 좋은 점심에 와인 한 잔이 빠지면 어딘가 허전하니, 아쉬움은 아쉬움대로 남겨두고 즐겁게 마셨다.
첫 시작은 작은 한입들. 단새우와 트러플 타르트는 올 때마다 디테일이 조금씩 다듬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큰 변화를 앞세우기보다 기존 요리의 완성도를 꾸준히 끌어올리는 느낌이랄까. 익숙한 요리에서도 그런 변화를 발견하는 것이 모수를 다시 찾는 재미 중 하나다.
참돔과 광귤간장, 백강밀 국수는 런치에서 꾸준히 만나는 반가운 디시들. 여기에 새롭게 등장한 토마토 파르페는 꽤 대담한 시도였다. 맛의 방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캐비어의 존재감이 조금 더 선명했다면 전체적인 인상이 한층 또렷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이런 시도 자체가 모수답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날 특히 반가웠던 요리는 제주에서 당일 올라온 노랑촉수 장작구이. 장작으로 구워낸 생선에 커리를 연상시키는 소스를 결합한 새로운 디시였는데, 익숙한 생선 요리의 문법에서 벗어나면서도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해산물 숙회도 훌륭했다. 블루랍스터와 갑오징어, 전복이 나왔는데 익힘이 정말 예술적이었다. 특히 전복은 특유의 풍미가 선명하면서도 식감이 절묘해 기억에 남았다. 단순히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각 재료가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지점을 정확하게 짚어낸다는 인상이다.
그리고 런치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솥밥.
이 솥밥 때문에 런치를 선호하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강냉이 솥밥의 구수함과 잘 구워낸 한우, 그리고 곁들임으로 나온 가지와 버섯, 아카시아 꽃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 놓인 것이 없었다. 곁들임이라기보다는 각각이 독립적인 요리 하나씩을 먹는 듯한 완성도였다.
마지막은 생일 케이크로 준비해 주신 참외 케이크와 디저트. 함께 나누어 먹으며 기분 좋게 식사를 마무리했다. 특별한 날을 좋아하는 장소에서 좋은 사람들과 즐길 수 있어 더욱 즐거운 점심이었다.
모수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결국 모든 디시가 모수라는 레스토랑의 아이덴티티를 분명하게 드러낸다는 것이다. 어떤 요리는 먹는 순간 ‘이건 모수가 아니면 하기 어렵겠다’ 싶고, 어떤 요리는 다른 업장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힘든 방식으로 기억에 남는다.
물론 모수가 세간의 관심을 받는 만큼 모든 사람에게 같은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모수가 지향하는 맛과 구성, 창의적인 접근이 자신의 취향과 맞지 않는다면 아쉬운 평가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결이 맞는 다이너라면 ‘역시 모수’라는 감탄과 함께, 다른 곳에서는 쉽게 대체할 수 없는 경험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모수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는 곳을 넘어, 한 레스토랑이 어디까지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곳에 가깝다. 그래서 때로는 벽이 느껴질 만큼 독보적이고, 한국에 이런 레스토랑이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기도 하다.
취향이 맞는다면 그 경험을 온전히 즐기는 것. 모수를 방문할 때 가장 좋은 태도는 어쩌면 그것일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 이런 다이닝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은 흔치 않으니까.
역시 모수.
모수 - 모수 아니면 경험하기 어려운 것들
생일 주간을 맞아 오랜만에 안성재 셰프의 모수에서 런치를 즐겼다. 날씨까지 완벽했던 날. 아직 다른 손님들이 들어오기 전, 1층부터 2층, 룸까지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다. 새로운 아트 피스들이 걸려 있었고, 따뜻한 햇살이 스며드는 모수의 공간은 그 자체로 무척 아름다웠다. 그 순간의 분위기를 놓치고 싶지 않아 영상으로도 담아두었다. 평소에는 주방과 가까운 1층에서의 식사를 선호하는 편인데, 이날은 2층의 공간감과 빛이 너무 좋아 다음에는 2층에서 식사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수 런치의 매력은 디너와는 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같은 모수의 요리 철학을 공유하면서도 점심에만 만날 수 있는 구성과 솥밥까지, 런치만의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이날의 와인은 Domaine des Tours Vaucluse Les Tours Réserve 2021. 가볍게 곁들이기에는 나쁘지 않았지만, 전체적인 인상이나 요리와의 조화 면에서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다시 선택한다면 다른 와인을 골랐을 것 같다. 그래도 좋은 점심에 와인 한 잔이 빠지면 어딘가 허전하니, 아쉬움은 아쉬움대로 남겨두고 즐겁게 마셨다. 첫 시작은 작은 한입들. 단새우와 트러플 타르트는 올 때마다 디테일이 조금씩 다듬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큰 변화를 앞세우기보다 기존 요리의 완성도를 꾸준히 끌어올리는 느낌이랄까. 익숙한 요리에서도 그런 변화를 발견하는 것이 모수를 다시 찾는 재미 중 하나다. 참돔과 광귤간장, 백강밀 국수는 런치에서 꾸준히 만나는 반가운 디시들. 여기에 새롭게 등장한 토마토 파르페는 꽤 대담한 시도였다. 맛의 방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캐비어의 존재감이 조금 더 선명했다면 전체적인 인상이 한층 또렷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이런 시도 자체가 모수답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날 특히 반가웠던 요리는 제주에서 당일 올라온 노랑촉수 장작구이. 장작으로 구워낸 생선에 커리를 연상시키는 소스를 결합한 새로운 디시였는데, 익숙한 생선 요리의 문법에서 벗어나면서도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해산물 숙회도 훌륭했다. 블루랍스터와 갑오징어, 전복이 나왔는데 익힘이 정말 예술적이었다. 특히 전복은 특유의 풍미가 선명하면서도 식감이 절묘해 기억에 남았다. 단순히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각 재료가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지점을 정확하게 짚어낸다는 인상이다. 그리고 런치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솥밥. 이 솥밥 때문에 런치를 선호하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강냉이 솥밥의 구수함과 잘 구워낸 한우, 그리고 곁들임으로 나온 가지와 버섯, 아카시아 꽃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 놓인 것이 없었다. 곁들임이라기보다는 각각이 독립적인 요리 하나씩을 먹는 듯한 완성도였다. 마지막은 생일 케이크로 준비해 주신 참외 케이크와 디저트. 함께 나누어 먹으며 기분 좋게 식사를 마무리했다. 특별한 날을 좋아하는 장소에서 좋은 사람들과 즐길 수 있어 더욱 즐거운 점심이었다. 모수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결국 모든 디시가 모수라는 레스토랑의 아이덴티티를 분명하게 드러낸다는 것이다. 어떤 요리는 먹는 순간 ‘이건 모수가 아니면 하기 어렵겠다’ 싶고, 어떤 요리는 다른 업장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힘든 방식으로 기억에 남는다. 물론 모수가 세간의 관심을 받는 만큼 모든 사람에게 같은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모수가 지향하는 맛과 구성, 창의적인 접근이 자신의 취향과 맞지 않는다면 아쉬운 평가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결이 맞는 다이너라면 ‘역시 모수’라는 감탄과 함께, 다른 곳에서는 쉽게 대체할 수 없는 경험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모수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는 곳을 넘어, 한 레스토랑이 어디까지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곳에 가깝다. 그래서 때로는 벽이 느껴질 만큼 독보적이고, 한국에 이런 레스토랑이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기도 하다. 취향이 맞는다면 그 경험을 온전히 즐기는 것. 모수를 방문할 때 가장 좋은 태도는 어쩌면 그것일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 이런 다이닝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은 흔치 않으니까. 역시 모수.
댓글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