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날 운 좋게 베수비오에 다녀왔습니다.
서비스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몇몇 디시에서는 동행한 분들과 눈을 마주치며 감탄할 정도로 훌륭한 맛을 경험했습니다.
첫 번째 웰컴 타르트는 농어와 감자, 그리고 그 위에 캐비어를 올린 작은 타르트였습니다.
한입 크기의 작은 타르트였지만, 입안 가득 퍼지는 감칠맛은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농어와 감자, 캐비어에서 오는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우는데, 첫 디시부터 동행한 분들과 눈을 마주치며 감탄했습니다.
방심하고 있다가 한입 거리에서 감칠맛의 폭력적인 공격을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ㅎㅎ
두 번째로 나온 토마토 타르트도 훌륭했습니다.
맛있는 토마토가 가진 모든 맛을 작은 타르트 안에 때려 넣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습니다. 토마토 특유의 산미와 단맛, 감칠맛이 한꺼번에 느껴지는데, 작은 타르트 하나로 이렇게 다양한 맛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이어 나온 피자튀김은 애초에 맛이 없기 어려운 조합이었습니다. 앞선 두 타르트가 워낙 훌륭했던 탓에 상대적으로 평범하게 느껴졌지만, 충분히 맛있게 먹었습니다.
파스타가 나오기 전에는 오징어 먹물을 활용한 식전 빵이 나왔습니다. 권성준 셰프가 직접 협업해 만든 올리브오일이 함께 제공됐는데, 스파이시한 맛이 특징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궁금해서 오일부터 먼저 맛봤는데 정작 스파이시한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아 조금 의아했습니다. ㅎㅎ 그래도 빵과 함께 먹으니 잘 어울리더군요. 빵 자체도 잘 구워져 있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파스타인 봉골레가 나왔는데, 이날 식사에서 가장 아쉬웠던 순간이 여기서 시작됐습니다.
미리 새우를 익혀달라고 요청드렸는데, 막상 나온 파스타에는 조리되지 않은 새우가 올라가 있었습니다. 조명이 어두워 익힌 새우인지 구분하기 어려웠지만, 혹시나 해서 여쭤보니 생새우가 맞다고 하시더군요. 결국 주방에서 다시 조리해 내어주셨습니다.
봉골레에는 다섯 종류의 조개를 사용했다고 설명해 주셨는데, 다시 조리하는 과정에서 맛이 달라진 걸까요? 기대했던 것에 비해 다소 평범하게 느껴졌습니다.
앞선 디시들로 기대감이 한껏 올라가 있었는데, 봉골레에서 그 기대가 한순간에 꺾였습니다. 이날 가장 아쉬웠던 메뉴였습니다.
다음으로 농어와 한치를 활용한 이탈리아식 순대가 나왔습니다.
농어의 익힘 자체는 좋았습니다. 다만 함께 곁들여진 오렌지 뵈르블랑 소스가 농어와 썩 잘 맞는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농어의 간이 조금 더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봉골레부터 연달아 아쉬움이 이어지니 솔직히 이후 디시에 대한 기대도 많이 내려간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다음에 나온 토르텔리니가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토르텔리니 안에는 소고기 볼살을 레드와인에 푹 졸여 넣었고, 아래에는 어니언잼이 깔려 있었습니다. 여기에 40개월 숙성한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와 제철 송이, 트러플까지 더해졌습니다.
한입 먹자마자 묵직한 한 방이 느껴졌습니다.
오랜 시간 조리한 소고기 볼살의 깊은 풍미에 어니언잼의 단맛, 숙성 치즈의 감칠맛이 겹겹이 쌓여 상당히 밀도 높은 맛을 만들어냈습니다.
앞선 메뉴들에서 떨어졌던 기대감을 다시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은데, 이 토르텔리니는 그 아쉬움을 가볍게 날려버릴 정도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날의 베스트 디쉬였습니다.
이후 나온 사워도우는 앤초비 버터의 풍미가 제법 강한 편이었습니다.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짭짤하고 진한 맛을 좋아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메인, 양갈비가 나왔습니다.
도대체 권성준 셰프의 양갈비가 어떻길래 안성재 셰프가 최고라고 극찬했을까. 그 말이 계속 궁금했습니다.
과연 지금까지 먹어온 양갈비와 얼마나 다를지도 궁금했고요.
그런데 이 양갈비는 정말 훌륭했습니다.
육향, 익힘, 간까지 어느 하나 아쉬운 부분이 없었습니다. 이제껏 먹어본 양갈비 중에서는 단연 최고였습니다.
쥬도 훌륭했고, 특히 단호박 퓌레가 양고기의 진한 육향과 어우러질 때 메인 디시다운 풍만한 맛이 느껴졌습니다.
곁들여진 모렐버섯부터 꼬치에 꽂힌 고기, 심지어 당근까지 하나하나 감탄하면서 먹었습니다.
사실 파인다이닝에서 메인 디시는 그 이름이 주는 무게감 때문에 기대치가 높아지기 마련입니다. 막상 먹어보면 어딘가 아쉬운 부분이 하나쯤 남곤 하는데, 이번 양갈비에서는 그런 아쉬움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메인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정말 잘 만든 디시였습니다.
디저트로는 레몬 소르베와 밤 티라미수가 나왔습니다. 서비스로 제공해 주신 디저트 와인까지 맛있게 마시며 식사를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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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날 식사에서 서비스와 관련해 아쉬운 일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큰 문제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사과도 받은 터라 다행히 식사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네요.
물론 아쉬움이 전혀 남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럼에도 음식이 주는 만족감이 워낙 컸던 식사였습니다.
첫 두 타르트에서 느꼈던 감칠맛부터 토르텔리니의 묵직한 풍미, 그리고 지금껏 먹어본 양갈비 중 최고라고 느꼈던 메인까지. 중간에 기대가 꺾이는 순간도 있었지만, 뒤이어 나온 음식들이 그 아쉬움을 충분히 만회해 주었습니다.
모든 과정이 완벽했던 식사는 아니지만, 몇몇 디시는 완벽에 가까웠습니다.
생일날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던 식사였습니다.
베수비오
생일날 운 좋게 베수비오에 다녀왔습니다. 서비스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몇몇 디시에서는 동행한 분들과 눈을 마주치며 감탄할 정도로 훌륭한 맛을 경험했습니다. 첫 번째 웰컴 타르트는 농어와 감자, 그리고 그 위에 캐비어를 올린 작은 타르트였습니다. 한입 크기의 작은 타르트였지만, 입안 가득 퍼지는 감칠맛은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농어와 감자, 캐비어에서 오는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우는데, 첫 디시부터 동행한 분들과 눈을 마주치며 감탄했습니다. 방심하고 있다가 한입 거리에서 감칠맛의 폭력적인 공격을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ㅎㅎ 두 번째로 나온 토마토 타르트도 훌륭했습니다. 맛있는 토마토가 가진 모든 맛을 작은 타르트 안에 때려 넣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습니다. 토마토 특유의 산미와 단맛, 감칠맛이 한꺼번에 느껴지는데, 작은 타르트 하나로 이렇게 다양한 맛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이어 나온 피자튀김은 애초에 맛이 없기 어려운 조합이었습니다. 앞선 두 타르트가 워낙 훌륭했던 탓에 상대적으로 평범하게 느껴졌지만, 충분히 맛있게 먹었습니다. 파스타가 나오기 전에는 오징어 먹물을 활용한 식전 빵이 나왔습니다. 권성준 셰프가 직접 협업해 만든 올리브오일이 함께 제공됐는데, 스파이시한 맛이 특징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궁금해서 오일부터 먼저 맛봤는데 정작 스파이시한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아 조금 의아했습니다. ㅎㅎ 그래도 빵과 함께 먹으니 잘 어울리더군요. 빵 자체도 잘 구워져 있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파스타인 봉골레가 나왔는데, 이날 식사에서 가장 아쉬웠던 순간이 여기서 시작됐습니다. 미리 새우를 익혀달라고 요청드렸는데, 막상 나온 파스타에는 조리되지 않은 새우가 올라가 있었습니다. 조명이 어두워 익힌 새우인지 구분하기 어려웠지만, 혹시나 해서 여쭤보니 생새우가 맞다고 하시더군요. 결국 주방에서 다시 조리해 내어주셨습니다. 봉골레에는 다섯 종류의 조개를 사용했다고 설명해 주셨는데, 다시 조리하는 과정에서 맛이 달라진 걸까요? 기대했던 것에 비해 다소 평범하게 느껴졌습니다. 앞선 디시들로 기대감이 한껏 올라가 있었는데, 봉골레에서 그 기대가 한순간에 꺾였습니다. 이날 가장 아쉬웠던 메뉴였습니다. 다음으로 농어와 한치를 활용한 이탈리아식 순대가 나왔습니다. 농어의 익힘 자체는 좋았습니다. 다만 함께 곁들여진 오렌지 뵈르블랑 소스가 농어와 썩 잘 맞는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농어의 간이 조금 더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봉골레부터 연달아 아쉬움이 이어지니 솔직히 이후 디시에 대한 기대도 많이 내려간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다음에 나온 토르텔리니가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토르텔리니 안에는 소고기 볼살을 레드와인에 푹 졸여 넣었고, 아래에는 어니언잼이 깔려 있었습니다. 여기에 40개월 숙성한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와 제철 송이, 트러플까지 더해졌습니다. 한입 먹자마자 묵직한 한 방이 느껴졌습니다. 오랜 시간 조리한 소고기 볼살의 깊은 풍미에 어니언잼의 단맛, 숙성 치즈의 감칠맛이 겹겹이 쌓여 상당히 밀도 높은 맛을 만들어냈습니다. 앞선 메뉴들에서 떨어졌던 기대감을 다시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은데, 이 토르텔리니는 그 아쉬움을 가볍게 날려버릴 정도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날의 베스트 디쉬였습니다. 이후 나온 사워도우는 앤초비 버터의 풍미가 제법 강한 편이었습니다.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짭짤하고 진한 맛을 좋아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메인, 양갈비가 나왔습니다. 도대체 권성준 셰프의 양갈비가 어떻길래 안성재 셰프가 최고라고 극찬했을까. 그 말이 계속 궁금했습니다. 과연 지금까지 먹어온 양갈비와 얼마나 다를지도 궁금했고요. 그런데 이 양갈비는 정말 훌륭했습니다. 육향, 익힘, 간까지 어느 하나 아쉬운 부분이 없었습니다. 이제껏 먹어본 양갈비 중에서는 단연 최고였습니다. 쥬도 훌륭했고, 특히 단호박 퓌레가 양고기의 진한 육향과 어우러질 때 메인 디시다운 풍만한 맛이 느껴졌습니다. 곁들여진 모렐버섯부터 꼬치에 꽂힌 고기, 심지어 당근까지 하나하나 감탄하면서 먹었습니다. 사실 파인다이닝에서 메인 디시는 그 이름이 주는 무게감 때문에 기대치가 높아지기 마련입니다. 막상 먹어보면 어딘가 아쉬운 부분이 하나쯤 남곤 하는데, 이번 양갈비에서는 그런 아쉬움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메인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정말 잘 만든 디시였습니다. 디저트로는 레몬 소르베와 밤 티라미수가 나왔습니다. 서비스로 제공해 주신 디저트 와인까지 맛있게 마시며 식사를 마무리했습니다. --- 사실 이날 식사에서 서비스와 관련해 아쉬운 일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큰 문제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사과도 받은 터라 다행히 식사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네요. 물론 아쉬움이 전혀 남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럼에도 음식이 주는 만족감이 워낙 컸던 식사였습니다. 첫 두 타르트에서 느꼈던 감칠맛부터 토르텔리니의 묵직한 풍미, 그리고 지금껏 먹어본 양갈비 중 최고라고 느꼈던 메인까지. 중간에 기대가 꺾이는 순간도 있었지만, 뒤이어 나온 음식들이 그 아쉬움을 충분히 만회해 주었습니다. 모든 과정이 완벽했던 식사는 아니지만, 몇몇 디시는 완벽에 가까웠습니다. 생일날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던 식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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