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게 시작해 따뜻한 밥으로 돌아오는 파인의 여름
전주의 파인은 한식을 낯설게 바꾸기보다, 우리가 알고 있던 맛의 순서를 새로 정리해 보여주는 곳에 가까웠다.
여름 코스인 만큼, 코스의 시작은 차가운 임자수탕이었다. 닭 육수에 깨와 잣을 풀어낸 국물은 농도가 짙었지만 입안에 오래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고소한 맛을 좋아하는 편이라 입맛을 돋궈주기에 최적인 시작이었다.
회무침도 예상과 달랐다. 재래된장을 사용했고 설명해주셔서 구수한 그 맛을 떠올렸는데, 식초의 산미가 중심을 잡아 오히려 입맛을 깨우는 역할을 했다. 민어의 부드러운 결 사이로 갑오징어의 탄력이 섞여 식감도 좋았다.
가장 취향에 맞았던 건 병어 된장조림이었다. 병어는 살이 쉽게 부서질 만큼 부드러웠지만, 결 자체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된장도 짠맛을 앞세우지 않고 생선의 고소함을 받쳐주는 정도로 사용해 밥 없이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익숙한 생선조림인데 파인에서는 전혀 다른 음식처럼 느껴졌다.
들기름 막국수는 화려한 재료보다 면의 향이 중심에 있었다. 검은 메밀면에 캐비어와 가리비, 김을 더했지만 어느 하나가 지나치게 튀지 않았다. 특히 들기름을 많이 사용해 고소함으로 밀어붙이지 않은 점이 좋았다. 한국인이라 그런지 역시 고소함이 최고다.
메인 갈비는 이름과 달리 찜보다는 숯불에 구운 고기에 가까운 인상이었다. 부드럽게 풀리는 살과 은은한 불향이 잘 어울렸고, 곁들인 채소 덕분에 끝까지 무겁지 않게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낙지솥밥에서는 마음이 편해졌다. 앞선 요리들이 한식의 여러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솥밥과 반찬이 차려진 순간에는 결국 잘 지은 밥 한 끼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배가 충분히 찬 뒤였는데도 자연스럽게 밥을 더 청하게 됐다.
한국인의 입맛이라면 파인을 싫어할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던 곳.
파인은 전통을 과장해서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익숙한 맛을 조금씩 비틀어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다음 계절에는 같은 재료들이 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궁금해지는 곳이었다.
파인은 파인 그 자체였다
차갑게 시작해 따뜻한 밥으로 돌아오는 파인의 여름 전주의 파인은 한식을 낯설게 바꾸기보다, 우리가 알고 있던 맛의 순서를 새로 정리해 보여주는 곳에 가까웠다. 여름 코스인 만큼, 코스의 시작은 차가운 임자수탕이었다. 닭 육수에 깨와 잣을 풀어낸 국물은 농도가 짙었지만 입안에 오래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고소한 맛을 좋아하는 편이라 입맛을 돋궈주기에 최적인 시작이었다. 회무침도 예상과 달랐다. 재래된장을 사용했고 설명해주셔서 구수한 그 맛을 떠올렸는데, 식초의 산미가 중심을 잡아 오히려 입맛을 깨우는 역할을 했다. 민어의 부드러운 결 사이로 갑오징어의 탄력이 섞여 식감도 좋았다. 가장 취향에 맞았던 건 병어 된장조림이었다. 병어는 살이 쉽게 부서질 만큼 부드러웠지만, 결 자체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된장도 짠맛을 앞세우지 않고 생선의 고소함을 받쳐주는 정도로 사용해 밥 없이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익숙한 생선조림인데 파인에서는 전혀 다른 음식처럼 느껴졌다. 들기름 막국수는 화려한 재료보다 면의 향이 중심에 있었다. 검은 메밀면에 캐비어와 가리비, 김을 더했지만 어느 하나가 지나치게 튀지 않았다. 특히 들기름을 많이 사용해 고소함으로 밀어붙이지 않은 점이 좋았다. 한국인이라 그런지 역시 고소함이 최고다. 메인 갈비는 이름과 달리 찜보다는 숯불에 구운 고기에 가까운 인상이었다. 부드럽게 풀리는 살과 은은한 불향이 잘 어울렸고, 곁들인 채소 덕분에 끝까지 무겁지 않게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낙지솥밥에서는 마음이 편해졌다. 앞선 요리들이 한식의 여러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솥밥과 반찬이 차려진 순간에는 결국 잘 지은 밥 한 끼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배가 충분히 찬 뒤였는데도 자연스럽게 밥을 더 청하게 됐다. 한국인의 입맛이라면 파인을 싫어할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던 곳. 파인은 전통을 과장해서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익숙한 맛을 조금씩 비틀어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다음 계절에는 같은 재료들이 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궁금해지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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