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즈오카에서 즐긴 나른하고 맛있는 오후
시즈오카를 대표하는 일본요리 하면 온자쿠(시즈오카 1위, 타베로그 4.57)가 꼽힌다. 그 뒤를 바짝 따르고 있는 시즈오카의 2위 일본요리 식당이 바로 '니혼요리 후지日本料理FUJI'이다. 타베로그 4.5 이상에 실버 어워즈를 수상했으니, 무조건 믿고 먹을 수 있는 곳이렸다. 예약하기 쉬운 곳은 아니지만, 방문 며칠 전 취소석이 홀연히 나타나서 찾게 되었다. 이 식당 하나를 찾기 위해 도쿄에서 시즈오카까지 왕복 10만원 가량의 신칸센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하지만 이날의 경험은 그러한 시간과 비용이 아깝지 않았다는 생각이었다. 일본요리라는 장르 자체가, 뭔가 마음과 생각이 차분해지면서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가게마다 추구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들뜨고 자극적인 뉘앙스의 일본요리도 있겠으나, 이곳는 정갈하면고 섬세하지만 직관적인 맛을 놓치지 않는 밸런스를 잘 보여 주는 느낌이었다. 때때로 지나치게 섬세하여 맛이 희미한 일본요릿집도 있지만, 이곳은 짭짤하게 먹는 사람도 만족할 만한 간과 감칠맛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디쉬는 가게에서 직접 자신들의 시그니쳐라고 얘기하는 시로아마다이 마츠카사야끼이다. 한국에서도 스시오마카세에서 이런 스타일의 옥돔 우로코야끼를 츠마미로 내어 주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은 기름을 끼얹어 비늘을 살리고 바로 나오기 때문에 사이사이에 기름이 많이 배어 있다. 하지만 이곳은 기름으로 비늘을 세운 뒤 다시 살짝 야끼를 해서 주기 때문에 외부에서 첨가된 기름이 덜 느껴지면서 오히려 생선 자체의 기름이 더 잘 느껴진다. 이와 관련해 첨언하자면, 후지의 요리들은 전체적으로 '기름지다, 혹은 느끼하다'라는 말의 정반대 뉘앙스를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재료 자체의 지방이 있으면 있었지, 조리를 위해 외부적으로 첨가된 기름이 극단적으로 배제되어 있다. 덕분에 요리 하나하나마다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육류도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시즈오카의 전설적인 수산물 가게인 사스에 마에다 우오텐에서 공급받는 선도 좋은 해산물에 약간씩의 요리 테크닉을 터치하여 내어 주는 느낌. 니혼슈도 시즈오카의 것들을 위주로 내어 주셨는데, 무난했지만 그렇다고 썩 맛있게 느껴지는 것들은 아니었다. 음식에 밀리지 않게 일부러 수수한 것들을 갖추시는 건가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이것 하나는 압도적인 맛이다!' 하고 고점을 뚫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모난 데 없이 평균점이 높은 식사를 보여 주는 느낌이다. 음식의 포션들도 적당하고 재료도 나쁘지 않은 것이, 3만엔 아래에서 이 정도의 식사를 하는 것만으로 코스파도 충분히 납득 되는 측면이 있다. 오히려 몇몇 분들은 온자쿠보다 나았다는 평가를 하시기도 한다. 아예 작정하고 시즈오카 여행을 가면서, 꼭 다시 한번 찾고 싶은 식당 중의 하나다. 코스 - 구운 가지 위에 하마나코 도만가니와 묘가 - 구조네기를 곁들인 진도이카 샤브샤브 - 전복, 신긴낭, 게우가 올라간 이이무시 - 메바루 완모노 - 메이치다이 사시미와 아부리한 노도구로 - 시로아마다이 마츠카사야끼 - 즉석에서 볶은 참깨가 들어간 샤인머스켓 시라아에 - 아마나코 데시코 우나기 카바야끼 - 스아라이한 아지 사시미 - 스미소를 곁들인 사바 야끼모노 - 메지마구로와 고항, 미소시루 - 어란과 에다마메 고항 - 복숭아 스리나가시 시라스 소면 - 즉석에서 만든 와라비모찌,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