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꾸준히. [명보당]
오늘의 식당은? 압구정로데오에 위치한 [명보당] 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파인다이닝 리뷰는 스압 주의하시구요 😅 한 해가 거의 저물어 가던 12월 30일, 이전부터 눈여겨보던 임현주 셰프님의 명보당을 방문했습니다. 식대는 조금 쎈 편이었으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디시의 완성도, 코스의 흐름 그리고 양, 맛까지 빼어나 이 정도면 아주 합리적이었다고 생각했어요. 와인 페어링과 함께했으니 참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스파클링 와인인 마레 산토와 함께 아뮤즈부슈 3종을 즐겼습니다. 첫 아뮤즈였던 광어와 백다시마 타르트는 흰 살 생선 특유의 깔끔한 뒷맛과 백다시마의 감칠맛이 무겁지 않은 와인 안주가 되었습니다. 두 번째 아뮤즈는 새우 타르트였는데, 여기서부터 아 여기 장난 없구나 느꼈던 거 같아요. 안에 상큼하게 뭔가가 씹히는데 녹진한 새우맛이랑 어우러지니까 그냥 기절할 뻔 했습니다. 마지막은 우니랑 참치였는데, 부드럽고 다소 콜드한 특성의 우니, 참치와 대비되는 바삭하고 따뜻한 온도감의 사워도우가 만나 느껴지던 감칠맛 훌륭했고요. 트러플의 향까지 제대로 퍼졌습니다. 봉황 사케와 삼치 디시를 함께했습니다. 삼치는 히카리모노 치고는 많이 플레인하죠? 그래서 소스로 고급진 갈릭버터에 배 다이스가 더해진 녀석이 나왔는데, 확실히 봉황 사케 자체가 프루티하거나 꽃과 같은 향을 뿜뿜하는 녀석이 아니다 보니 은은하게 받혀주더라구요. 소믈리에님께서 한잔 더 서비스로 주셨습니다 😘 옥돔과는 샴페인과 페어링해주셨네요. 이녀석이 특이하게 100% 피노 블랑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좀 튀는 느낌이 있는데, 옥돔은 담백하잖아요? 이 와중에 소스도 산미가 있으니까 불안형 여친과 안정형 남친을 보는 거 같은… 소스하고 샴페인은 막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는데 옥돔이 극 안정형이다 보니 전부 다 품어줍니다. 부드럽게.. 🕊️ 은대구에는 화이트와인. 확실히 명보당이 해선 재료 비중이 높아요. 재패니즈 프렌치라 그런지 재료 이해도는 정말 완벽에 가깝습니다. 이건 소스가 미친맛이었어요. 빵만 있었으면 설거지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뭐 페어링 조합도 클래식하죠? 위에 뿌려진 크러스트도 좋았습니다. 재료 자신이 감칠맛을 뿜어내는 식재료보다, 이런 주변 터치나 소스들로 캔버스같은 재료에 색을 쌓아 입히시는 테크닉을 선호하시는 것 같았어요. 다음은 차완무시. 아무래도 해장용이죠? 근데 여기도 페어링 있었으면 했습니다. 소주로 …. 🥵 다음은 지브리라는 이름의 와인과 금태입니다. 임현주 셰프님께서 직접 불쇼를 선보이시는데, 오픈키친이라 보는 재미도 상당합니다. 불향이 엄청났고, 금태야 뭐. 생선들 중에 이만한 아부라를 가진 녀석 찾기 쉽지 않은 거 같아요. 이번에는 와인이 부드러워졌고, 디시는 공격적으로 변했습니다. 코스 흐름이 참 재밌어요 ☺️ 이제 킹크랩/캐비어 디시와 셰리와인. 주정강화 와인이죠? 그 말은 즉 공수교대 타임입니다. 와인이 엄청나게 세졌어요. 근데 디시는 엄청나게 버터리하게, 그러면서 묵직하고 크리미하게 변했습니다. 온도가 높을수록 버터의 풍미가 훨씬 기분좋게 퍼지는데, 소스 온도감도 너무 좋아서 변주에 맛까지 완벽했습니다. 여기서도 한 잔 추가로 더 주셨네요. 아니 셰리를 페어링 양만큼 한잔 더주시는건… 저 취하라는 거 …?? ㅋㅋㅋㅋㅋ 💀💀 그 다음으로 클렌저 하나 나오고, 랍스터 리조토 나옵니다. 온도감이 정말 뜨겁고 랍스터가 위에 튀김으로 올라가있어서 씹는 식감 역시 좋습니다. 튀김옷이 파삭 하고 부숴지지만 안에 들어있는 랍스터 살은 야들부들하게 씹힙니다. 씹을수록 오는 큰 갑각류 특유의 달곰한 풍미는 덤이고.. 입안이 즐겁네요. 레드와인에 채끝입니다. 메인이고, 클래식한 페어링이죠? 여기서 미친 디테일은 재패니즈 프렌치답게 젓가락 놓아주시는 방향이 가로입니다. 이런거에 또 감동하고 가는거죠.. 채끝 굽기 완벽하고, 소스 맛있고. 레드 한잔을 더 주셨네요. 7글라스인데 어쩌다 보니 10글라스로 먹었습니다 ㅋㅋ 우유/간장 아이스크림 나오는데 밑에 깔린 그릴드 파인애플에서 달달한 즙이 쭉 뿜어져나오면서 단짠 미쳤고요. 마지막은 트러플 초콜렛. 저거 궁금했는데 엄청나네요. 질감이 이 텍스트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니 꼭 직접 가서 드셔보세요. 이것만큼은 꼭…!!!! 🤩 자 그래서 명보당이었는데요, 여기까지 잘 따라오셨으면 생존신고 한번씩 해주세요. 저도 쓰면서 손가락 아파서 죽을 뻔 했네요. 아무래도 명보당 별 안 받으면 미쉐린 본사 찾아가서 항의해야겠습니다. 양도 꽤 되는 편이고, 코스 다 끝나고 쏨님과 결제한 후 10분정도 즐겁게 대화까지 나누다 돌아갔네요. 국내 재패니즈 프렌치 하면 이제는 명보당이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될 미래를 응원합니다. 천천히, 꾸준히 보여주세요. Price : 3.5/5 Taste : 4.5/5 Price Rationality : 5/5 Service : 5/5 감사히, 소중히. 정말 잘 먹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