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데아
메뉴 : 돼지국밥
총평: 과다한 기교를 버리고 오직 ‘필요한 맛’만으로 쌓아 올린 맑고 우아한 한 그릇. 미슐랭 빕구르망의 품격을 데일리하게 즐길 수 있는 축복.
1. 첫입: 은은한 육향과 맑은 국물이 주는 정갈함
국물을 한 술 뜨면, 기분 좋은 돼지의 육향이 그윽하고 은은하게 입안을 감돈다. 적절한 염도를 품은 맑은 고깃국물은 첫인상부터 무척이나 정갈하다. 여기에 흩뿌려진 부추는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국물에 슬쩍슬쩍 씹히며 기분 좋은 알싸함을 더한다. 대패로 썰어낸 듯 얇은 돼지고기는 기름기 없이 담백하면서도 혀끝에서 부드럽게 흩어지며 적당한 식감을 선사한다.육향이 있진 않다. 육수 우리고 썰어낸 것이지만 마늘이나 된장이나 새우젓에 먹으면 말끔하게 기분좋은 정도다.
2. 변주: 새우젓과 후추가 만들어낸 '감칠맛의 폭발'
이 집의 진가는 조미를 더하는 순간 발휘된다. 취향껏 후추와 새우젓을 곁들이자, 맑고 단정했던 돼지국밥이 짭조름하고 칼칼한 풍미를 입으며 흡사 ‘곰탕’의 뉘앙스로 극적인 변주를 이룬다. 특히 새우젓은 신의 한 수다. 단지 새우젓 하나 들어갔을 뿐인데, 젓갈 특유의 짠맛을 넘어 고작 양은 적지만 해산물 본연의 시원한 감칠맛이 상대적 잔잔함속에서 폭발적으로 피어오른다. 이 짭조름한 감칠맛은 국물에 말아낸 밥알의 단맛까지 한껏 끌어올려 주어, 그야말로 숟가락을 멈출 수 없는 '흡입'을 유도한다.
3. 찬(饌): 곁들임의 미덕
본식의 국물과 새우젓의 조화가 워낙 완벽하게 심플하여, 오히려 메인을 다 즐기고 나서야 남은 반찬들에 손이 갔다. 열무가 섞인 깍두기는 혀를 기분 좋게 깨우는 탄산감과 함께 상쾌하고 후레쉬한 맛을 낸다. 국물의 은은한 단맛과 질감이 깍두기와 훌륭한 마리아주를 이룬다. 함께 제공된 오징어젓갈 역시 자극적이기보단 은은한 감칠맛을 띠고 있어, 국밥의 맛을 해치지 않고 훌륭히 어우러진다.
4. 미식가로서의 단상: 접근성마저 훌륭한 미식
최근 맑은 돼지국밥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옥동식’이나 ‘안암’이 극악의 웨이팅을 자랑하는 반면, 이곳 광화문국밥은 특유의 고급스러움을 유지하면서도 비교적 진입이 수월하다는 점에서 미식가들에게 큰 위안이 될 것 같다. 무엇보다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새우젓의 변주'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강력한 매력 포인트다.
미슐랭 타이틀을 달았음에도 과도한 멋을 부리지 않았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극강의 깔끔함. 데일리하게 즐기고 싶은, 완성도 높은 미식이다. 빕구르망 선정에 심심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심플 이스 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