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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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음식, 두 번 충격받았던 아노드
공간과 음식, 두 번 충격받았던 아노드 제주에서 식당을 꽤 많이 다녀봤지만, 아노드는 들어서는 순간부터 결이 달랐다. 공간이 압도적이었다. “아니, 제주에 이런 곳이 있다고?” 단순히 인테리어를 잘한 식당이라는 느낌이 아니었다. 건물의 형태와 천장의 곡선, 조명과 가구, 바의 배치까지 모두 미식 경험 안에 들어와 있는 듯했다. 아노드는 공간을 배경으로 쓰는 곳이 아니라, 공간 자체를 하나의 메뉴처럼 느끼게 하는 곳에 가까웠다. 분위기는 세련됐지만 긴장되지는 않았다. 접객도 편안했고, 아티스트 출신인 셰프님의 시선이 공간 곳곳에 묻어나는 느낌이었다. 조금만 과하면 부담스러울 수 있는 요소들을 아주 섬세하게 정리해 놓아, 오래 머물러도 편안했다. 주문한 메뉴는 치즈 코파 생면 스파게티와 딱새우 똠얌 컵라면. 음식에서 두 번째 충격을 받았다. 특히 딱새우 똠얌 컵라면은 비주얼부터 강렬했다. 이렇게 섬세한 공간 한가운데 놓인 컵라면이라니. 그 대비 자체가 이미 아노드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뚜껑을 여는 순간 고수 향이 먼저 올라왔다. 한입 먹으면 똠얌 특유의 새콤하고 매콤한 맛이 또렷하게 이어지고, 딱새우의 단맛과 감칠맛이 국물에 자연스럽게 섞인다. 장난처럼 만든 메뉴가 아니라, 컵라면이라는 익숙한 형식 안에 아노드의 취향을 제대로 담아낸 요리였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건 임팩트였다. 맛있다는 감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간과 음식의 대비까지 포함해 하나의 장면으로 오래 남았다. 치즈 코파 생면 스파게티도 좋았다. 치즈의 고소함과 코파의 짭조름한 풍미가 생면에 자연스럽게 붙어 있었다. 똠얌 컵라면만큼 파격적인 인상은 아니었지만, 면과 소스의 완성도에서 기본기가 느껴졌다. 두 메뉴를 먹고 나니 아노드는 단순히 분위기 좋은 와인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간, 음식, 와인, 접객이 모두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다. 다음에는 버섯 토르텔리니와 다른 파스타도 꼭 먹어보고 싶다. 아마 다음 제주 여행을 계획하게 된다면 숙소보다 먼저 아노드 예약 가능한 날짜부터 확인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강한 인상을 남긴 곳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