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평 (제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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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가 저절로 되는 공간
제주에서는 커피를 정말 많이 마셨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차를 마시러 예평을 찾았다. 주문한 차는 백차. 평소 녹차는 몇 번 마셔봤지만 백차는 처음이었다. 직원분이 차 우리는 방법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셔서 그대로 따라 해봤다. 물을 붓고 잠시 기다렸다가 작은 찻잔에 따라 마시는 과정까지도 하나의 경험처럼 느껴졌다. 첫 잔을 마시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생각보다 훨씬 부드럽다.” 녹차처럼 쌉싸름한 느낌보다는 훨씬 연하고 은은했다. 꽃향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고, 끝맛도 깔끔해서 부담 없이 계속 마시게 된다.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맛이 변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예평은 차보다도 공간이 먼저 기억에 남는다. 현대미술관 안에 자리한 만큼 전체적인 분위기가 단정하고 절제되어 있다. 통창 너머로 보이는 초록 풍경은 마치 액자처럼 펼쳐지고, 자연광이 공간 안으로 부드럽게 들어온다. 커피를 마실 때처럼 휴대폰을 보거나 바쁘게 시간을 보내기보다, 그냥 창밖을 바라보며 차 한 잔을 천천히 비우게 되는 곳이었다. 제주에는 쉬어갈 공간이 많지만, 예평은 조금 결이 다르다. 관광지 사이에서 잠깐 들르는 카페가 아니라 일부러 시간을 비워 찾아가고 싶은 곳. 백차 한 잔을 마시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이렇게 편안할 수도 있다는 걸 오랜만에 느꼈다. 다음에는 다른 차도 한 번 마셔보고 싶다. 차를 잘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 공간이라면 어떤 차를 주문해도 충분히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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