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엉클리틀키친
상세보기
계절마다 와보고 싶은 제주의 공간
이름은 엉클리틀키친인데, 막상 도착해 보니 전혀 리틀이 아니었다. 건물도 크고, 높은 층고와 통창 너머로 보이는 산방산 풍경까지. 들어서는 순간부터 기대감이 올라갔다. 이름과는 다르게 공간은 시원하고 여유로웠다. 런치 코스로 식사가 시작됐다. 첫 접시부터 기선제압이었다. 토마토를 활용한 차가운 스프, 애호박, 노바 샐러드, 고등어, 제주 농장 호박, 병아리콩과 감자, 코다리, 구운 가지 페스토까지. 작은 요리들이 한 접시에 담겨 나오는데 하나씩 돌아가며 먹는 재미가 있었다. 맛도 전부 다르고 식감도 달라서 코스를 시작하는 방식이 꽤 인상적이었다. 제주 식재료를 다양하게 풀어낸 셰프의 의도가 그대로 느껴지는 접시였다. 파스타는 애호박이 중심이었다. 간이 강하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은 아니고 애호박의 향과 단맛을 자연스럽게 살린 깔끔한 맛. 부담 없이 먹기 좋았다. 그리고 나온 빵. 겉은 노릇하게 구워져 살짝 바삭했고 속은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고소한 풍미가 진해서 빵만 먹어도 충분히 맛있었는데, 파스타 소스를 찍어 먹으니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었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건 메인이었다. 흑돼지는 자칫 느끼할 수 있는데 허브를 넣어 돌돌 말아 구워 향이 먼저 살아났다. 껍질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바삭했고 속은 촉촉하게 잘 익어 있었다. 곁들여 나온 감자와 고추도 역할이 분명했다. 감자는 든든함을 더해주고, 고추는 입안을 한 번 정리해 주면서 느끼함을 잡아준다. 덕분에 마지막 한 점까지 전혀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도 은은하게 남는 허브 향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디저트도 좋았다. 구좌 당근케이크와 오키나와 푸딩, 흑당 소스의 조합으로 코스를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달기만 한 디저트가 아니라 식사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이곳은 통창 밖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산방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바람에 흔들리는 제주의 나무들이 마치 한 폭의 풍경처럼 펼쳐진다. 음식도 좋았지만 그 풍경까지 더해져 식사 시간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다음에는 디너 코스로 다시 와보고 싶다. 계절이 바뀌면 창밖 풍경도 달라질 테고, 해 질 무렵 이 공간은 또 어떤 분위기일지 괜히 궁금해지는 곳이었다.







